강원구 / 일본어
2019.08.26절박했던 새벽
새벽 3시 30분경에 걸려 온 bbb봉사전화, 강남경찰서 여경으로부터의 통역의뢰였습니다.
젊고 앳된 목소리의 일본인 여성은 거의 울먹이며, "남자친구가 휴대폰과 지갑과 여권을 빼앗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어디 있느냐 물으니 옆에 있다 해서 바꿔 달라 했더니 전화를 넘겨받은 남자친구는 의외로 젊은 한국인 남자였고 현재 일본에 살고 있다 합니다.
사소하게 조금 싸웠는데 여자가 난리를 치는 바람에 경찰까지 오게 되었다라며 불쾌해 하는 듯합니다.
의아한 생각에 다시 경찰관에게 물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일본어가 능통할텐데 왜 일삼아 통역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 물으니 남자분이 상황에 협조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은 이 상황이 해결되면 이 후 여성분이 머무를 숙소가 잡혀 있는지 물어 봐 달라 했습니다.
다시 일본인 여성을 바꿔 상황을 물어보니 남자에게 빼앗긴 휴대폰, 여권, 지갑을 돌려 받으면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으며 숙소는 따로 잡아 둔 곳이 없고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이 무서우니 도망치고 싶다 했습니다.
경찰관은 남자친구의 말로는 여자가 남자의 가방을 빼앗아 어디론가 던져 버렸다는데 사실인지를 물어봐 달라 했습니다.
여자에게 물어보니 그게 무슨 말이냐며 거짓말이라며 거의 우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사태 해결되면 경찰이 함께 인근 호텔까지 안내해 줘도 되겠는가 물었더니 너무 감사하다며 부탁한다 합니다.
여경찰관에게 내용을 전달했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남 다 자는 그 새벽시간에 남자의 폭력에 절박해하는 외국인 여성의 사정을 경찰관에게 전달해 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고, 저 역시 딸을 가진 아비로서 다행스런 일을 할 수 있어 저으기 보람마저 느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