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옥 / 아랍어

2020.06.07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무슬림, 돼지고기말고 빵과 쥬스 좀 부탁..

#경찰서#생활안내
평온한 일요일 아침, 마포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유치장에 구금된 모로코인과 말이 안통한다구요. 모로코인은 금요일부터 삼일째 아무 것도 못먹었다며 배고프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자신은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지않는데, 식사로 돼지고기 요리가 나와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한테 돈이 있으니 누가 빵이나, 비스켓, 쥬스를 좀 사다줄 수 없겠냐는 것입니다. 경찰관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돼지고기만 나온 것이 아니고 밥과 김치와 다른 야채 반찬이 있는데 왜 그거라도 먹지 않는지 의아해했습니다. 모로코인은 자신은 그런 음식을 잘 못먹겠고, 대신 아무 비스켓이나 빵, 쥬스 이런 걸 좀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도 외국에 나가보면 낯선 외국음식이 쉽게 손이 안 가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며 서양 음식문화에 가까운 아랍인들의 음식문화를 말씀드리면서 모로코인이 느낄수도 있는 문화적 괴리감을 언급해드렸습니다. 경찰은 유치장에서는 주말에는 그게 불가능하다며, 평일에 (내일 월요일)는 그런 서비스가 가능하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밥과 김치 등 제공된 다른 음식을 먹도록 권유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설명해드렸습니다. 모로코인은 '인간적으로' 조금만 이해해주면 안되겠냐며 본인 친구한테 사다달라고 부탁할테니 유치장 앞에서 받도록 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입장을 반복하였습니다. 모로코인은 자신이 갖고있는 아랍커피라도 타 먹을 수있게 도와달라고하여 거기까지 말씀드리고 통역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