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옥 / 아랍어
2021.08.14이라크인 2주 자가 격리 '전화, 문자, 또 전화'로 안내해드렸어요
동대문구청에서 통역을 의뢰해 왔습니다.
이라크인에게 2주 자가격리기간 동안 지켜야 할 기본 수칙 안내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구청 직원은 이라크인 전화번호를 불러 주면서 전화로 좀 설명을 해 달라고 바삐 부탁을 하고는 급하게 끊어버렸습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제가 바로 삼자 통화를 하자고 했어야하는데...,순간적으로 저도 아무생각없이 그러마고 해버렸어요.
문제는 이라크인이 전화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선으로도 여러번 해보고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봐도 도통 받지를 않았습니다.
급기야 저는 구청에서 불러 준 전화번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에서 동대문 구청 번호를 검색해서 전화를 했더니 다산콜로 연결되더군요.
동대문구청 소속 보건소 번호로도 전화를 해봤습니다.
여기도 바로 다산콜로 연결되어 기계음만 주욱 나왔습니다.ㅠㅠ
특히 이 날(8월11일)은 '약 1년 6개월만에 일별 2천명을 돌파하는 역대 최대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라
몹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궁리 끝에 저는 구청 직원이 일러준 자가 격리 수칙을 번역해서 문자로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번역한 문구 그대로 긴 문자로 보냈습니다.
갑자기 외국인 친구들은 장문 문자(MMS)를 보내면 잘 안 읽곤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문자를 다시 여러 단문으로 쪼개어 여러 통 보내 놨습니다.
한 네 다섯 시간이 지났을까요. 마침내 제 긴 긴 문자에 답이 왔습니다. 'OK' 하고요.
그 긴 긴 문자에 겨우 한 단어로 답이 오니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이 분이 제대로 이해했을까 싶은 염려가 또 되었습니다.
특히 아랍인들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지 않을 경우 표준아랍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어서 말이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두 번 만에 전화를 받더군요.
자가 격리 수칙을 다시 한번 말로 세세히 일러주고, 공동체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철저히 지켜달라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처음에 삼자통화로 연결되었다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바람에 오후 내내 신경을 써야 해서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침내 제대로 전달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