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옥 / 아랍어

2022.05.22

사촌이 지갑, 여권, 신분증, 각종 서류 다 훔쳐간 것 같아요

#경찰서#분실신고
경북 경산 파출소에서 아랍어 통역 의뢰가 왔습니다. 민원인은 이라크인 무한나드 ( 22세)였습니다. 내용은 그가 귀가해보니 집 현관문이 다 열려있고, 소지품이 다 사라졌다는 겁니다. 지갑, 여권, 신분증, 난민 신청 서류 할 것 없이 모든 게 다 사라졌다는 겁니다.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 그는 동거인인을 지목했습니다. 동거인은 그의 사촌 동생 알리 (18세)로 배 다른 형의 아들이랍니다. 민원인 무한나드의 아버지는 두 번 결혼하여 그 형과는 배다른 형제입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구요. 질문을 할 수록 엄청난 가족사가 나와서 식겁했네요. 민원인은 어렸을 적부터 이 나이 차 많이 나는 큰 형(현재 이라크 거주)과 아주 사이가 나빴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전재산을 독점한 채 동생인 자신을 못살게 굴고 착취하고 억압하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민원인이 한국에 온 뒤로는 한국서 일해서 번 돈까지 보내라고 요구했는데, 이 말을 듣지 않자,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합니다. 형은 이라크에서도 일만 시키고 학교도 보내 주지 않아 한창 공부할 시기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한나드가 한국에 온 뒤로는 자동차 수리소(? 이 부분 정확히 설명을 못하더군요) 같은 곳에서 일했으나 1주일 전에 이제 공부를 해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볼 요량으로 일을 그만 두었답니다. 무한나드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이 '한국에서 잘 먹고 잘사는 꼴을 못 보는' 형은 급기야 그에게 이라크로 돌아와 돈이나 벌어서 살림살이에 보태라고 종용을 했답니다. 그가 말을 듣지 않자 빨리 이라크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도록 형이 아들을 시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훔치도록 사주했을 거라는 겁니다. '집 앞에 CC 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경찰이 그것을 조사 해서 도둑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는 게 민원인의 요지였습니다. 장시간 통화여서 힘들기도 했지만 한국 경찰분들(처음에는 남자, 나중에는 여경) 의 경북 사투리도 심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고 민원인도 표준 아랍어를 할 줄 모르고 이라크 지방 사투리가 심해서 통역 과정이 좀 힘들었네요;;;;;^^ 그래도 모처럼 통역 봉사 할 수 있어서 마음은 가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