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열 / 터키어
2024.02.10술 취해 행패부리는 튀르키예인 귀가
bbb korea 언어봉사자인 나는 특히 명절을 즈음하여 전화를 많이 받는데 주로 경찰서에서 온 전화다.
명절 하루 전인 어젯밤에도 술 취한 한 튀르키예인이 가게에서 난동을 부려서 경찰들이 출동했고 출동한 경찰 중 한 명은 이 자가 귀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이 자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나는 같은 말을 무한반복해야 했다. 가게를 떠나지 않고 계속 영업을 방해한다면, 경찰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체포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달라기에 전해 주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그 튀르키예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외국살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달픈 시간은, 외로움이 뼈에 가장 사무치는 날은 해당국가의 명절날이다. 명절 전날 사람들이 가족, 일가친척을 방문하기 위하여 손에 손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떠나는 광경을 보면, TV뉴스를 통하여 고속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 운집한 사람들, 귀향 차량들로 꽉 막힌 도로 영상을 보면 무심결에 '나도 저들처럼 가족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나는 외국인이구나!'하는 자각이 뼈에 스미게 된다. 이스탄불 시절 나도 그랬다.
'외국인'이란 그야말로 아웃사이더, 즉 외부인이다. 그래서 적법 체류든 불법 체류든 단기 체류든 장기 체류든 상관없이 온몸으로 타향의 고달픈 현실을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 맨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처지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이민자, 망명자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 그리고 내가 내국인으로서 내 나라에 사는 동안 그들의 고달픔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