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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6

[경향신문] 한국에 살아보니 - 웨이스 니오 토프락

어떤 나라든지 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이 제 일 빠른 방법이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관계로 영어나 모국어를 이용해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길이다. 다행히 한국은 영문 안내표지판이 잘된 나라다. 특히 일본, 중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 에 비해서 그렇다. 공항이든 고속도로든 지하철이든 어디서든지 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아마도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을 잠시 방 문하는 외국인에게 좋은 첫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하나 있다. 바로 ‘BBB(Before Babel Brigade)’, 즉 언어·문화 봉사단이다. 전화카드처럼 생긴 카드 뒤에 적힌 17개 언어권별로 분류된 번호를 누르면 그 나라 언어로 통역을 해주는 자원봉사자 의 휴대전화로 연결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원하는 장소에 가고 싶을 때조 차 쉽게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필자가 많은 나라를 다녀 봤지만 이런 완벽한 통역 서비스는 한국 이외에는 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택시와 호텔들에서 영어가 무료로 서비스 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중앙 시청에선 영문으로 된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팸플릿을 받아볼 수 있 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외국에서 한국 문화를 자세히 소개한 영문 서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 다는 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도 대부분 한국에서 출판한 책들이다. 외국인들이 출판한 책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남과 북의 정치·외교적 관계에 국한돼 있 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서적은 없는 현실이다. 이런 아쉬운 생각은 필 자가 서울대에서 공부했을 때부터 들었던 것들이다. 반도체·전자·자동차 산업 등 한국이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에 관한 영문 서적조 차 찾기 힘들다. 이뿐이 아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한류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 고 있지만 한류에 관한 영문 정보가 없다. 이에 관심 있는 해외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는 곧 한류의 세계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이제는 한국 요리, 동화책에 국한시키기 말고 한국을 알리는 핵심 분야에 대한 영문 서적 을 한국에서 출판해야 할 때다. 그래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삼성전자·LG전자·현대 자동차 등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한국의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다. 책이나 정보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 인들의 영어 대화 능력도 포함된다. 세계화로 가는 길목에서 자신감 있는 영어 회화는 필 수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한국인들이 외국 무대에서 활동할 때에도 ‘곤니찌와’가 아니 라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06년 6월 23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