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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중앙일보] 양국 잇는 음악의 'BBB' 할래요

그가 지난해 말 내놓은 첫 싱글앨범 ''오디션''을 들었을 때 문득 ''한국의 에이브릴 라빈''으 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본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밀번호 486''이란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윤하(19·한국외국어대 일어과 1년)의 얘기다. "에이브릴 라빈을 좋아해요. 신나는 음악에 반항적 가사가 매력적이죠. 사람들이 드러내 놓기 싫어하는 걸 표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와 비교해주는 것 은 좋지만, 사실 그가 갖고 있는 천재성은 없는데…." 천재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최 근 1집 앨범 ''고백하기 좋은 날''을 내놓아 신인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일 본에서 3년간 활동한 가수다.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뒤 성공적인 일본 활동을 발 판 삼아 국내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2의 보아''로도 불린다. 보아와 마찬가지로 일 본 매니지먼트사에도 소속돼 있다. 2005년 6월 애니메이션 삽입곡 ''호우키보시''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윤하는 일 약 ''오리콘(일본의 공식 음악차트)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발매한 1집 앨범이 판 매량 2만2000장(5월 현재)의 대박을 터뜨리며, 양국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가수가 됐다. "제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뭐든 다 좋아요. 그만큼 대중적 관심을 끈다는 얘기 아니겠 어요? (웃음) 윤하라는 제 브랜드에 자신 있기 때문에 어떤 별칭도 다 좋아요. 즐기면서 음악 하는 아티스트란 별명을 얻는다면 가장 좋겠어요." 그의 자신감은 바닥부터 정상권까지 치고 올라간 일본 생활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막 건 너온 소녀 가수에게 일본 음악시장은 망망대해와도 같았다. "2004년 늦여름 첫 싱글앨범이 나와서 레코드 숍에 갔는데, 매장에도 깔려 있지 않더라고 요. 일주일 동안 매일 레코드 숍에 갔는데 마지막 날에야 제 앨범이 한 장 나와 있었어요. 데뷔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고 느꼈죠. 라이브 카페에서의 첫 공연도 관객이 두 명밖에 없었고, 박수 치는 사람은 일본 매니저와 업소 사장 둘뿐이더라고요. 보아 언니도 이렇게 힘든 시절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원래 바닥을 친 사람은 성공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얻는 법. 이후 관객 한 사람 한 사람 이 모두 고맙게 느껴졌고, 그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란 사실을 깨달 았다고 한다. 그는 꾸준히 싱글앨범을 내며 공연 활동을 했고, ''호우키보시''의 성공으로 일본에서 보아를 이을 재목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는 "국내 첫 정규 앨범의 성공 덕분에 일본 활동에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즐거 워 했다. 하반기에는 일본에서 다시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현재 2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싱글 앨범이 먼저 나올 수도 있고요. 지금보다 더 비 트감 있고 하드한 느낌의 음악이 나올 것 같아요. 한국 활동 때문에 잠시 사그라진 ''오리 콘의 혜성'' 불빛을 다시 환하게 만들어야죠." 윤하는 한·일 양국의 음악적 취향을 비교할 수 있는 내공도 쌓았다. "일본이 분위기와 사운드 위주의 음악이라면, 한국은 멜로디 위주의 음악이랄까요? 환경 과 취향이 다른 양국을 오가다 보면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르 에 국한되지 않는 윤하표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부쩍 높아진 이름값 덕분에 일본방문 한국 친선대사 등 대여섯 개의 홍보대사 타이 틀을 갖고 있다. 최근엔 BBB 운동(외국인을 위한 휴대전화 통역서비스 캠페인) 홍보대사 도 맡았다. 19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리는 ''제1회 BBB 국제걷기대회''에도 참가한다. "처음 일본 공항에 내렸을 때 입국심사에서 호된 경험을 했어요. 일본어를 거의 못할 때였 는데,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가''등의 형식적인 질문에 마치 일본어를 잘하는 척 ''하이, 아 타리마에데스(네, 당연하죠)''라고 답했어요. 면세점의 한국인 직원이 올 때까지 독방에 3 시간 감금됐죠. 그때 일본에도 BBB 운동이 있었으면 그런 수모는 겪지 않았을 텐데…. 지 금은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을 보면 바로 달려가 도와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