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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4

[Before Babel Brigade 운동으로 언어장벽 없는 세상을…]

[Before Babel Brigade 운동으로 언어장벽 없는 세상을…]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켜면 통역 .은퇴한 독일어 교수인 K씨의 휴대폰이 모처럼 울렸다. 홍도(紅島)의 어느 여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외국 사람이 전화번호를 주며 걸어달라는 전화라고 했다. . 언젠가 세미나에서 명함을 주고받은 일이 있던 독일인 교수였다. 자기는 한국의 온돌방에서 자 보고 싶은데 주인은 막무가내 침대방을 내준 것이다. . 손짓 발짓 승강이 끝에 구원을 청해온 전화였던 것이다. 일분도 안되는 K교수의 통화로 모든 것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 홍도에서 독일말은 물론이고 영어라도 통할 리가 없다. 그렇다고 통역 안내원을 전국 오지에까지 배치할 수는 없다. . 종래 방식의 전화 통역장치도 이런 경우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선 통역자가 언제 무슨 말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며 무작정 24시간 전화통 앞에 붙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러나 K교수의 체험을 시민운동으로 살리고 시스템화하면 말과 문화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새로운 통역시스템이 생겨난다. 그것이 바로 중앙일보가 펼치려는 `비포 바벨`(Before Babel)운동이다. . 현재 우리 주변에는 3천만대의 휴대폰이 전국에 깔려 있고 외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은퇴한 교수와 지식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전국에 수십만명이 될 것이다. . 발상을 바꿔 이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외국어와 문화를 서비스할 수 있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통역망이 생겨난다. . 월드컵 기간 중 한국에 관광과 비즈니스를 위해 입국하는 외국사람은 31개국 5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을 겪는 순위의 첫 번째가 언어 소통이다. . 언어불편은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만큼 한국인도 그와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 관광 시설을 아무리 늘리고 시민들이 친절운동을 벌인다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병풍 속의 떡이 된다. . 수박 겉핥기와 주마간산과 다름없는 한국 방문은 오히려 서로의 오해와 편견 그리고 문화 충격과 단절을 낳게 된다. . 이러한 현상을 한마디로 바벨탑 증후군이라고 부를 수 있다. . 구약성서에 따르면 인류의 말이 서로 달라지고 그로 인해 언어의 소통이 되지 않게 된 것은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결국 그 탑은 무너지고 그 뒤부터 인류는 언어가 달라 분열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 그러므로 문화.문명의 충돌론이 대두되고 있는 21세기의 과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의 하나는 언어장벽을 넘어 바벨탑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 인류가 서로 속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 그래서 중앙일보는 이번에 펼치는 다국어.문화서비스의 지식인 시민운동을 세계의 모든 인류가 이해할 수 있도록 `비포 바벨 브리게이드`(Before Babel Brigade,`前 바벨탑 시대 자원봉사단`)로 명명하고 약칭 `BBB 운동`으로 부르기로 했다. . 이 운동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대한은퇴자협회.한국외국어대학교총동문회 등이 후원하고 삼성전자 애니콜이 협찬한다. . ◇대상언어의 서비스는=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을 제외한 참가국 31개국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총 18개. . 이번에 선발되는 언어서비스 회원은 1차로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가 각 1백명, 프랑스어.이탈리아어.러시아어가 각 50명,독일어.아랍어.포르투갈어가 각 20명 등 언어별로 10~1백명씩이다. . 여기에 아프리칸스어.게일어 등 소수언어 약간명 등 총 7백명이다. 그러나 향후 계속해서 참가자들의 명단을 추가한다. . ◇언어서비스 회원은 어떻게 구성되나=월드컵 기간 중 생업에 종사하면서 휴대폰으로 외국인들의 통역과 문화 서비스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 전화를 통한 단순 통역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그때 그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해 주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게 된다. . 그리고 18개 언어를 10개 언어권으로 분류, 언어권마다 은퇴교수.전직 외교관 등으로 추대회원을 구성한다. .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는 일반 회원들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추대회원과 일반회원의 중간고리로서 언어별 실행위원장을 둔다. . ◇서비스는 어떻게 받나=외국인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등 언어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언어서비스자의 휴대폰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는다. 봉사자들의 휴대폰 번호는 언어별로 제작된 카드에 적혀 있다. . 현재 중앙일보는 이 방법과 병행해 후원기업들과 대표전화를 통해 간편하게 실시간 통화 통역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서비스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 ◇외국인에게 홍보는 어떻게 하나=언어별 서비스의 휴대폰 번호가 적힌 통합 브로셔 및 각 외국어별로 봉사자의 휴대폰 번호가 한꺼번에 적힌 카드를 공항, 택시.버스 등의 교통기관, 터미널과 호텔.여관.식당 등 숙박 요식업소 및 관광안내소, 월드컵 선수촌 등지에 배포.상비케 한다. .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협력하여 항공기와 입국수속시의 여행자에게 브로셔와 카드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 ◇서비스 시기=우선 월드컵 기간을 포함,4~7월 넉달간을 실시한 뒤 실적 및 성과에 따라 항구적인 NPO(Non Profit Organization.비영리기구)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모든 참가자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앞으로 개최되는 각종 국제행사를 돕는 언어 서비스 봉사자가 되게 한다. . 홍성호 기자 *** BBB로고는… . BBB운동 로고는 언어 단절의 바벨탑을 언어 소통의 나무로 대치한 형상. 가지 모양은 네트워크와 소통의 `ㅅ`자 모양을 나타냄. . 이번 로고가 지금까지의 형태 중심에서 탈피,선의 연결로 된 것도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 로고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안상수(安尙秀.50) 홍익대 미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BBB운동을 위해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