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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중앙일보] bbb와 손잡자 달라진 안산시

지난달 29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주민센터.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엘레나(26)가 찾았으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체류기간 연장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한국말이 영 서툴러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주민센터 내에는 러시아어를 하는 직원이 없었다. 순간 담당직원 박종희(37)씨가 “잠깐 기다려 달라”는 손짓을 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수화기를 엘레나에게 건네줬다. 그녀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러시아어에 반색하며 용건을 얘기했다. 수화기를 다시 건네받은 박씨는 그제야 엘레나의 용건을 알았고 이내 민원을 처리했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준 것은 무료 통역자원봉사운동인 bbb였다. 안산시는 지난해 말 사단법인 한국BBB운동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박씨는 “bbb를 활용한 뒤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민원 처리가 쉬워졌고 외국인들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안산시가 ‘언어장벽이 없는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현재 안산시 거주 외국인은 등록된 숫자만 3만4000여 명이다. 국적도 160개국에 달한다. 중국인이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베트남이 뒤를 잇는다. 미등록 외국인을 합하면 6만~7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지만 정작 이들이 민원을 해결하려면 언어장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안산시설관리공단 김정환 팀장은 “주민센터에서 중국 출신 동포를 통역봉사자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언어들은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안산시가 주목한 것이 바로 bbb였다. 지난해 말 협약 체결 이후 안산시는 bbb카드 2만7000여 장을 만들어 주민센터와 공공기관에 비치했다. 포스터 1100장도 곳곳에 붙였다. 안산시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는 bbb카드 한 장씩을 소지하게 했고 이용 교육도 실시했다. 시가 관리하는 안내전광판도 활용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월 초 오전 3시쯤 극심한 산통을 느낀 태국인 산모가 인근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에 산부인과에서 bbb에 도움을 청했고 자원봉사자의 통역으로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심야시간에 길을 잃은 외국인의 숙소를 찾아준 사례도 많다. 안산시는 앞으로 1800여 곳의 종량제 봉투 판매소에 포스터를 붙이고 공공기관 직원들의 차량에도 홍보스티커를 부착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bbb운동을 통해 안산시를 언어장벽이 없는, 세계 속 언어소통 일등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09.10.05 [17:51]안산=강갑생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