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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9

[중앙선데이] “bbb를 국가적인 명품으로 만들고 싶다”

이제훈 한국 bbb운동 회장 “bbb를 국가적인 명품으로 만들고 싶다.” 이제훈(69) 한국 bbb운동 회장은 자원봉사의 바다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중앙일보 경제부장, 편집국장 그리고 사장을 지낸 언론인이었다. 그는 “사장 퇴임식 고별사에서 ‘남은 삶은 봉사에 바치겠다’고 했는데 운 좋게도 말대로 됐다”며 밝게 웃었다. 이 회장은 2002년 중앙일보 사장 시절 회사가 bbb 캠페인을 벌이면서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은 퇴직 후 bbb를 계속 이끌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자원 봉사계에 발을 디딘 그는 130개 자원봉사 단체 협의체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어린이재단 이사장,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등을 맡으며 ‘자원 봉사 CEO’로 변신했다. -bbb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아이디어를 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올 것에 대비해 언어 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이 몇 차례 있었다. 거기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 이를 이용해 자원봉사 네크워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중앙일보 차원에서 2002년 4월 발대식을 치렀고 당시 13개 국어 2300명의 통역 봉사자들이 몰렸다. 월드컵 당시 2~3개월 만에 2만 건의 봉사를 했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 후 봉사 단체의 성격을 인정받아 2003년 4월 문광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중앙일보에서 독립했다.” -요즘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나. “현재 17개국 언어 3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루 평균 130~150건 정도 봉사가 이뤄진다. 제주 등 관광지에서 전화가 많고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안산시청, 영등포 구청, 양천구청과는 업무 협약을 체결해 자치단체는 홍보를, 우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자주 들어오는 경찰청이나 병원 등에서도 봉사에 대한 요구가 많다.” -유엔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난 7월 셰크 시디 디아라 유엔 사무차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다. bbb의 취지와 현황을 설명했더니 유엔 정신에 부합한다고 반겼다. 기회가 되면 bbb가 널리 알려지도록 협조하겠다고 했다.” -bbb를 외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나. “아웃 바운드 서비스가 있다. 해외에 나가서 언어 때문에 고생하지 말고 전화를 걸면 된다. 나도 중국과 유럽에 갔을 때 직접 두 번 이용해봤다. 그때 전화를 받은 외국인들이 참 신기해하더라.” -관광객들만 bbb를 이용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봉사거리도 생겼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남성이 말도 안 통하고 문화적 차이가 있어 몹시 힘들었는지 bbb에 전화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다. 그는 부인에게 ‘내가 당신을 무척 사랑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극복하자’라는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해 봉사자가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베트남 여성들의 경우 bbb에 단순 질문이 아니라 상담을 하는 때도 많다. 그럴 때는 20~30분씩 통화가 길어진다. 영어 봉사자는 수가 많지만 베트남어 같은 경우엔 봉사자들이 적다 보니 전화 차례가 자주 돌아와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다.” -통역 봉사자는 어떻게 뽑나. “홈페이지를 통해 3개월 정도 지원서가 쌓이면 듣기와 말하기 테스트를 통해 선발한다. 대개 500~600명 정도가 신청하는데 경쟁률은 3대 1쯤이다. 선발되면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봉사자들이 새벽 2시나 3시에도 기꺼이 전화를 받는다. 자다가 일어나 통화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고맙다.” -bbb를 운영하면서 애로점은. “제일 큰 애로가 재정 문제다. bbb가 관광객 유치나 국가 브랜드 제고 등에 기여한다고 국가에서 봉사자에게 월급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에서 나오는 예산은 홍보 카드 발행이나 봉사자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등 봉사 관련 업무에만 쓰인다. 봉사자에겐 연말이나 bbb의 날에 식사하는 게 전부다. 사무실 직원 월급도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하지 정부 지원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월급을 받지 않으니 국회에 가거나 정부 사람들을 만나도 당당하게 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한때는 재정 조달이 어려워 문광부에 직접 맡아서 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 -앞으로 bbb 운영 계획은. “몽골어나 필리핀어 등의 수요가 있어서 봉사에 추가할 계획이다. 봉사자 수도 늘려갈 계획인데 우선 내년에 4000명 선으로 끌어올릴 작정이다.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높여주는 일에 동참해서 대단히 고맙다. 나는 그분들을 어떻게 격려해주나 하는 것이 큰 숙제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대표도 맡고 있다. “자원봉사계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자원봉사는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이고 순수하게 전개돼야 하는데 자원봉사 단체가 관변화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자원봉사가 왜곡·변질되는 것은 꼭 막아야겠다는 사명감이 갈수록 더 생긴다.” 2009.11.09 (월) 오전 10:49 신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