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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연합뉴스] <사람들> 베트남어 통역 봉사자 조윤희씨

"휴대전화로만 봉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상대는 제가 누군지 모르죠. 밤낮으로 봉사 활동을 해 힘들기도 하지만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큽니다." 휴대전화로 베트남어 통역 봉사 활동을 하는 조윤희(28. 통역사)씨는 5일 ''''한국BBB운동''''이 수여하는 ''''올해 최우수 활동자'''' 상을 받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17개 외국어 통역봉사를 하는 ''''한국BBB운동''''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새로운 형식의 봉사 활동이다. 3천2백여 명의 봉사자들은 하루 24시간 본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 통역봉사를 한다. 말 그대로 얼굴 없는 봉사자인 셈. 조씨는 올해 11월까지 294건의 통역 업무를 처리해 최다 통역봉사 수행자로 선정됐다. 1년간 매일 약 30분씩 통역 봉사를 했다는 그는 "봉사 활동을 많이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아서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많게는 4~5통의 휴대전화를 받는다. 짧은 통화면 5분 내로 끝나지만, 상담으로 연결되면 1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다. 새벽 3~4시 휴대전화 벨이 갑자기 울리면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통역을 하기도 했다. 더욱 곤혹스러울 때는 곤란한 상황에서 통역해야 할 때다. 경찰서에 온 베트남인을 통역하려고 경찰 대신 심문하는 듯한 질문을 던져야 했고, 작년 말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한 베트남인에게 불치의 피부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한 적도 있다. 조씨는 "상황이 좋지 않으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안타깝거나 가슴이 아플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하다"고 회상했다. 조씨가 가장 많이 상대한 베트남인은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들이다. 부부 싸움을 한 베트남 여성들에게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조씨는 "통역을 하면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도 가르치게 되고, 한국 남자의 특성을 설명해 주면 수긍할 때도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조씨는 "고등학교 때 대학 진학을 고민하다 우연히 학교 소개 자료집에서 베트남어학과를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어과를 전공하게 됐다"며 "평생 베트남어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청운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조씨는 지난해 1월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에서 언어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베트남에서 박사 과정도 밟을 계획이다. 2009.12.05 (토) 오전 7:41 한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