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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5

[사설] 왜 BBB운동인가

중앙일보가 펼치는 BBB(휴대전화를 통한 언어.문화봉사)운동이 월드컵을 한달여 앞두고 25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이날부터 인천공항을 비롯한 각 국제공항과 터미널.관광안내소.숙박업소 등에서는 외국어 통역 봉사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BBB카드가 배포되고, 외국인들은 이 카드를 갖고 다니다 다급한 일을 당할 때 SOS를 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외국인을 만나거나 외국을 여행하면서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때 말을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고 언어 소통의 고마움을 절감하게 된다. 이게 바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류가 하나 되는 세상(Before Babel)을 여는 봉사단(Brigade)의 출발점이다. 월드컵 기간 중 50여만명의 외국인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불편을 겪는 첫째 순위가 바로 언어 소통이다. 관광.문화시설을 아무리 단장하고 시민들이 친절운동을 벌인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고, 오해와 편견을 낳을 수도 있다. BBB운동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어 통역이 가능한 지식인.시민 인력과 현재 전국에 3천만대 이상 보급된 휴대전화를 결합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언어.문화운동이다. 지난달 마감한 통역 봉사자 모집엔 전직 외교관에서 전.현직 교수, 회사원.주부.대학생에 이르기까지 2천2백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는 13개 외국어별로 분류돼 수백만장의 카드에 수록돼 배포된다. 통역 봉사자는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휴대전화 하나로 국가 대사인 월드컵에 참여하는 보람을 누리게 된다. 외국어에 자신이 없다고 이 운동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니다.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를 외국인에게 건네주는 일만으로도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BBB운동이 자원봉사 차원을 넘어 언어.문화 시민운동으로, 그리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보내자.